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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과 여자의 일생

예그리나. 2021. 6. 23. 00:00

여자의 일생

연꽃의 일생

연꽃과 여자

흙탕물 속에서 태어났지만

청초함을 잃지 않는

연꽃

 

연꽃과 함께 엮어 보는

여자의 일생

연꽃의 일생

 

 

연과 년

 

같은 듯,

다른 뜻을 가지고 있는 낱말입니다

 

 

 

 

추운 겨울 얼음장 속에서도
당당히 견디어 낸 연꽃
새롭게 잎을 피우고
이제 갓 태어난 어린아이의 모습에 견주어 봅니다

 

 

 

허지만,
여자(女子)로 태어나서
여성(女性)이 되었다가
여인(女人)으로 갈무리하는
여(女)의 일생과 흡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탄생

 

연꽃이 피었습니다

붉은 꽃잎이 싱그럽습니다

비록 진흙에서 피어났지만 '순수' 바로 그것입니다

 

 

 

10

 

꽃잎이 떨어진 씨방석은

 

 

 

소녀의 가슴처럼 평평한 모습이나

몸집을 불려나갑니다

 

 


 10대 후반

 

가슴(씨앗)이 여물기 시작합니다

 

 

20

 

 

무엇으로 보이나요?

녀(女)의 젖무덤 같다구요?

 

꿈 많은 처녀의 젖무덤을 닮았습니다

 

 

 

30

 

연밥이 영글기 시작하면

젖가슴 처럼 부풀어 오르던 꽃턱이 쪼그라들며

구멍을 크게 만듭니다

 

 

30대 후반


오직 자식들만을 위하여

자신의 모든것을 버리며 희생을 하는

어머니의 삶과 비슷합니다

 

 

40대

 

따가운 여름 햇살을 받으며 연밥이 영글어 가면

연밥은 자신의 색갈을 잃어갑니다

조건없는 희생입니다

 

 

 

연두색에서 진한 녹색으로

그리고 갈색과 검정색으로 바뀌며

씨방석의 구멍은 점점 커집니다

허리가 휘는 40대 입니다

 

 

 

50

 

꽃턱이 고개를 숙이고

꼬부랑 할머니처럼 등굽은 모양새가 되면

연밥이 담겨 있던 씨방은 헐렁해집니다

 

 

 

이 때

바람이라도 불면

탱글탱글 영근 연밥들은 투두둑 땅으로 떨어집니다

 

 

 

 

진흙에서 피어났음에도

꽃잎에 흙탕물 한방울 묻히지 않고 꼿꼿하게 피어있던 연꽃도

자식들을 위해선 기꺼이 몸을 구부려 연밥이 잘 빠질 수 있게 합니다

숙명이라 자위하는 여인의 모습입니다

 

 

 

60

 

찬바람이 불어오면

씨방석에 오롯이 앉아 있던 연밥들이

바람결에 후두둑 땅바닥으로 떨어집니다

 

독립이라 이름하는 '내보냄'입니다

 

 

 

그 이후

 

구멍 숭숭 뚫린 연밥자리

자식들이 빠져나간 어머니의 가슴입니다.

 

 

 

어머니의 마음입니다

 

 

어때요

연꽃과 여자의 일생 여행

뜻있게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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